언제까지 그런 일만 하고 있을건가?

언론마다 IMF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장인정신을 언급한다.
마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평범한 진리를 모르고 있었을 리가 만무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의식 문제이다.
추측컨대, 어떤 기업이 경쟁력있는 상품을 만들어 번창하고 있을 때

  "참 잘하고 있네. 더욱 발전해서 세계적인 기업이 되어야지!"

라는 발전적인 얘기보다는

  "언제까지 그렇게 하찮은 물건만 팔고 있을 거야?
   이젠 뭔가 규모가 큰 일로 확장시켜야 하지 않겠어?"

라는 얘기를 훨씬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주위사람들의
냉소적인 충고를 받아들여 더 크고 유익한 일을 하려 했을 것이다.

옷만 잘 만들었으면 튼튼한 기업으로 번창했을 텐데 사업 다각화로
쓰러진 기업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동차만 잘 만들기도 어려운 세상에
이것저것 손댔다가 부도난 기업은 이해하기 어렵다.

어떤 나라는 콜라나 햄버거만 잘 만들어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보람을 느끼기도 하는데 비하면 우리나라 기업 풍토는 한심하기에
그지없었던 모양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에서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거나 조그만 자영업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해당된다.
어떤 일을 웬만큼 잘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위에서 쏟아지는
눈총은 아직도 한결같다. 그 사람의 노력과 공로를 인정하고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는 것보다는 시기와 질투가 난무할 뿐이다.

   "언제까지 그런 일만 하고 있을건가? 더 큰 일을 해야지!"

이러한 의식이 바로잡히지 않는 한 IMF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위기를 단기적으로 극복하는 문제보다는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해야 한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기와 질투가 아니라 진정으로 그 가치를
인정해 주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일...

      1998년 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