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만 주세요

1.
전철 안에서의 일이다. 어떤 할머니가 돌아다니며

  "100원만 주세요!"

하는 것이다. 100원이면 매우 적은 액수인데 그래도
100원씩 쌓이면 생활비에 보탬이 되나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머니 속에 동전이 몇 개나 있는지를 살피게 한다.
껌팔이 소년 얘기를 들으면서부터 적선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옆에 앉아계신 아저씨가 1,000원짜리를 건네는.

100원만 달라고 했는데, 천원이나 주다니...

그래서... 할머니의 반응을 살펴봤더니 당연하다는 표정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100원쯤 줬다면 할머니의 반응은 어땠을까?

추측컨데... 매우 못마땅한 표정이 아니었을까?

2.
이 사소한 일에 비추어 우리의 현실을 다시 보게 된다.
상대방이 하는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즉, 적당히 얘기하면 상황을 판단해서 알아서 행동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은 적응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그래서 가끔씩 곤란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얘기한 대로 믿고 그렇게 했는데 욕을 먹기도 한다.

어떤게 옳은 건지 잘 모르겠다.

상대방을 신뢰하고 그 말을 그대로 믿어야 하는지, 아니면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는 골치아픈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3.
아직도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 그리고 그렇잖아도 복잡한 세상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숨은 의도까지 파악하는데 머리를 쓰느니
차라리 바보가 되어야 할까 보다.

'신뢰'가 가장 중요한 현대 사회에서 서로의 주장이나 의견을 그대로
믿으면 곤란한 일이 발생한다니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제발! 쓸데없는 일 때문에 골치아프게 하지 말고 각자 맡은 일이나
잘 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나한테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는데도 시간이 부족한데...

              1999년 3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