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의 중복투자

1.
우리나라의 연구비 투자는 7위이고, 연구인력은 10위권인데,
과학기술의 국제경쟁력은 왜 22위밖에 안되는가?

누가 봐도 연구비 투자 및 연구인력의 비효율성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연구비의 중복투자에서 찾고 있으며,
연구비 투자기관이 중복투자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나 보다.

이는 제한된 연구비와 제한된 연구인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과학기술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단기적으로 눈에 보이는 실적위주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2.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연구비를 투자한 후에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우수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한곳에만 투자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경쟁에 의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중복투자를 금지하면 한 주제에 대해 하나의 기관에서만 연구를 하는
독점 현상이 발생한다. 연구비를 수혜받은 기관은 내부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연구비의 중복투자는 공식화해야
한다. 우리의 과학기술 인력으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는
모든 분야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구비와 연구인력으로
경쟁력이 있는 분야라면 연구비를 중복투자해서 내부 경쟁력을 통해서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 있다.

동일한 주제에 대해 2-3개의 연구기관에 연구비를 투자하고 1-2년 후에
평가를 통해 경쟁력이 있는 1개를 선택하여 계속해서 지원을 한다면
서로 더 나은 연구개발에 집중하게 되고 과학기술은 그만큼 발전할 것이다.

3.
연구비 투자의 비효율성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사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기관들을 모두 도태시켰을 때 독점과 안이함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연구기관의 경쟁력 약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중복투자를 금지할 게 아니라 일정기간 동안 중복투자를 활성화하고
일정기간 후에 냉정한 평가에 의해 우수한 연구결과를 계속 지원함으로써
국제적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1998년 4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