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적을 위한 연구?

연구논문은 교수의 연구능력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학에서 교수 연봉제 도입과 관련하여 특히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다.

연구논문이 교수의 연구실적을 평가하는 척도가 됨에 따라 연구논문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세세한 기준들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연구논문의 질을 평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교수의 연구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다.

특히, 90% 이상의 논문이 거의 참조되지 않고 있다는 통계는 대부분의
논문들이 단지 교수의 연구실적을 충족시키는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추론을 하게 한다. 다른 긍정적인 효과도 있긴 하지만...

더욱이 연구논문의 개수에 의해 교수의 연구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보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각 전공마다 혹은
전공내에서도 세부 분야마다 그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작은 idea를
비교적 쉽게 논문화할 수 있는 분야가 있는 반면에 많은 노력을
하더라도 논문화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수한 연구능력을 인정받으려면 논문을 비교적 쉽게 쓸 수
있는 전공으로 바꿔야 한다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러한
농담이 현실화될 지도 모른다.
분야별고 평균 연구실적을 조사하고 이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어떨지...

외국 학술지와 국내 학술지 문제는 고민을 안겨 주기도 한다.
외국 학술지 중에는 국내 학술지보다 못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학술지는 대부분의 국내 연구자들이 구독하고 있지만,
국내 학술지보다 독자의 수가 매우 적은 외국 학술지도 많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연구실적을 평가할 때 외국학술지를 우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승진할 때 외국 학술지에 의무적으로
발표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교수의 연구능력을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미국의
경우에는 교수가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는데 집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연구 분야에서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부분에 대해 총체적인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연구자들이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기 위해 노력하지만,
주로 신진 연구자들이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이고.

"연구실적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학문 발전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아무리 훌륭한 연구업적을 쌓았더라도 발표되지 않으면
본인만 만족할 뿐 무용지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명학술지에
발표되었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 본질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o "연구실적을 위한 연구"를 해야 하나, 아니면 이 분야에서 실제로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해야 하나?

o 소수의 연구자들이 참조하는 외국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해야 하나,
  다수의 국내 연구자들이 참조하는 국내학술지를 고집해야 하나?

o 더 늦기 전에 논문쓰기가 좀더 수월한 전공으로 바꿔야 하나?

연구실적에 얽매이지 않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라며...

              1999년 2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