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역할 제고

대학의 가장 큰 역할은 교육과 연구라고 한다. 그 중에서 공학계열의
경우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함으로써
기업이나 연구소 못지 않게 그 잠재력이 매우 풍부하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는 스탠포드 대학의 고급 두뇌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컴퓨터 산업의 핵심이 될 수 있었고, 많은 대학들이 매년 많은
로열티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대학연구소 지원, 대학내 벤처기업 동아리 등을 권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국내 대학에 묻혀 있는 고급 두뇌집단을 활성화시켜
이러한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국내 여건상 기업은 주로 단기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지속적이고 창의적인 연구-개발 부분은 국책연구소를
중심으로 국가차원의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때로는 대학의 역할이 논문 한두편 쓰고 끝나는 연구 혹은 기업이나
연구소가 수행하는 연구의 보조적인 역할만을 담당하는 경우도 많다.

연구의 특성상 prototype만 개발하고 마는 경우도 있다.
prototype으로 끝나는 연구결과에 대한 상용화 문제는 기업의 몫이 된다.
그런데 실제로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이를 현실화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즉, 이 경우에 prototype을 개발한 연구자에게 상용화 연구를 하라고 하면
난감한 경우이다. 이런 문제로 인하여 대학은 쓸모없는 연구나 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려면 대학에서 끝까지 책임지고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많은 경우에 prototype 수준에서 연구가 중단되기 때문에 실용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그 이유로 기업체는 이 연구결과가 기업의 이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어떤 경우에는 제한된 연구비로 많은 사람들에게 연구비 혜택을 부여하다
보니 그런 환경이 조성되기가 어렵다.

결국, 연구비가 지원되는 동안에 해당 연구과제에 대해 연구하다가
논문이나 한두 편 쓰고 나서 연구비 지원이 중단된다.
그러면 다시 연구비를 지원받기가 쉬운 주제를 찾아 돌아 다녀야 한다.
연구비를 지원받은 학자들은 운이 좋아 세금 혜택을 받은 사람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연구실적을 위해 논문을 쓰는 우울한(?) 사람이 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연구비를 충분히 지원한 후에
연구결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평가등급에 따라 차등을 둠으로써
차후 연구비 지원에 반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도 이러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실질적인 효과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대학에서는 연구-개발된 결과물이 '데모 시스템' 정도로 평가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또한 기업체에서는 '데모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많은 연구비를 투자하면서도 가치있는 연구결과물에 대해서는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닉을 버버려야 한다.

독일처럼 대학이나 대학부설 연구소에 충분한 연구비를 투자하고
그 결과를 모두 공유하게 하거나, 혹은 쓸만한 연구결과물이 개발되었을 때
충분한 보상을 받게 하는 방안도 있을 것 같다. 그럼으로써 더욱 의욕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1998년 3월 24일